내가 잠깐 미쳤었나 보다.
살다보면 가끔은 황당한(?) 일을 저지를 때가 있다.
봄이 와서 노란 개나리며 진달래로 세상이 노랗고 붉게 변해가도 별 감흥이 없고,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며 멀리 보이는 산이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도 그러려니 하는 갑자기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을 직접 보고 싶어 진 것이다.
무한도전을 보고 나서 집을 나선 시간이 8시가 조금 안된 시간.
오랜 시간 추위에 서 있을 터이니 옷도 두둑하게 껴 입고 모자도 챙겨쓰고 카메라도 챙기고 해서 버스로 시청에 도착한 시간은 8시 35분정도.
출발 할 때 소요시간을 1시간 이상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으나 주말에다가 한해의 마지막은 가족과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 탓인지 거리는 신호를 제외하고는 거리낌없이 차들이 제 속도를 내고 있었다.
종각으로 향하는데 시청 앞이나 멀리 광화문 광장 앞에서도 방송사 로고가 찍힌 차량들이 서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행사 준비가 한참 진행되고 있는 듯 했고, 종각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도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있기까지 3시간 이상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옷을 두둑히 입었다고 하지만 겹겹이 껴 입은 옷들을 뚫고 차가운 겨울기운이 느껴지는 2011년의 마지막 밤.... 아직도 3시간을 추위에 떨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내가 살짝 미쳤었나 보다 후회 막급
전경 반 시민 반
시청 앞에서 종각까지 걸어 오는 동안 놀란 것은 전경들이 너무나 많이 눈에 띈다는 것이었다. 간혹 119 대원들도 눈에 띄었지만 행사장 주변의 전경들 숫자에 깜놀.
수많은 인파가 밀려들기 때문에 소매치기와 같은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시민들이 밀려 다니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유발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전경을 포함한 경찰들이 행사장 주변에 배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굳이 그렇게 많은 수를 배치하는 것이 최선인가 하는 점은 의문이다.
전경들의 얼굴에서 공권력이라는 위압감보다는 20대 초반의 앳된 청년들이 추위에 거리에 나와 있는 그들이 마치 내 조카 혹은 내 아들의 모습인양 안쓰럽게 다가올 정도로 이미 나도 나이가 들었나보다.
방송용 카메라들 ....어 그 흔한 KBS, MBC, SBS 어디 갔니?
제야의 종 타종행사라는 것이 한해의 마지막과 새로운 해의 시작을 알린다는 의미 때문에 방송에서도 꽤 중요한 비중으로 다루는 행사이다.
역시나 종각 주변에서도 여러 대의 카메라들이 설치 되어 있었는데 무대를 비추는 메인 카메라는 TBS 카메라였다. 물론 이 카메라 이외에도 여러대의 카메라들이 설치되어 있었기에 다른 방송사의 카메라들이 눈에 안 띄는 곳에 비밀리(?)에 설치되어 있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무대를 가장 좋은 각도에서 잡기 좋은 곳을 마다하고 다른 곳에 설치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물론 KBS, YTN 로고가 새겨진 어깨에 메고 촬영하는 ENG 카메라는 보았지만.....
제야의 종 타종 행사의 주인공들 - 신영록 선수가 눈에 띄네
박원순 서울 시장과 함께 제야의 종을 타종 할 사람들이 소개되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사람은 축구선수인 신영록 선수.
2011년 5월 8일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져 46일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났던 신영록 선수는 아직은 완전히 몸이 회복되지는 않아 보였지만, 강한 체력과 의지력으로 다시 그라운드를 누비고 다닐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시장에 당선 된 후 첫 제야의 종 행사에서 본 박원순 서울시장.
대중 앞에서 말을 잘하는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훈훈한 동네 아저씨 스타일
축하공연 .... 이거 본 사람들 지하철 놓친 사람 많을 걸
제야의 종 소리만 듣고 집에 오려다가 나비드, 허각, 크라잉 넛이 출연하는 신년 축하 공연이 있어 이왕 미친 짓 하는 것 공연까지 보기로 결정.
첫 공연가수 나비드
자신의 곡인 고백이라는 곡과 To the victory라는 곡을 불렀다. 날씨가 추운 탓에 사람들 몸도 얼어 있는 상태에서 첫 가수인지라 관객들 반응이 안스러울 정도....
그래도 수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쫄지 않고 그 정도로 노래 불러 댈 정도라면 나름 가능성은 있는 가수라고 생각되어진다.
두번째 가수는 허각
명불허전.... 나를 잊지 말아요, 하늘을 달리다 등을 불렀는데 음원과 라이브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줌
멀리서 하늘로 쏘아대는 폭죽들이 만들어 내는 작은 불꽃들과 어울리는 감미로운 목소리
세번째는 크라잉넛
말달리자, 룩셈부르크, 좋지 아니한가, 밤이 깊었네를 불렀는데 영하의 싸한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어지도록 노력.
공연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제야의 종 타종이 있기 전에 공연을 하여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 상태에서 새해 카운트 다운이 들어가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 봄
새해 첫날은 총알 택시와 함께....
제야의 종 행사가 있는 종각, 시청, 광화문 인근의 지하철이 새벽 2시까지 연장된다는 이야기에 나름 안심(?)을 하고 공연까지 보았는데 공연이 끝난 시간은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였다.
지하철역까지 와서 2호선, 1호선, 4호선을 타서 사당역에 도착하니 새벽 2시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미 안양, 수원행 버스는 전부 운행이 중단된 상태였고 버스 정류장에 길게 늘어선 50여명의 사람들은 인당 2만원 혹은 3만원인 총알택시(요즘도 이렇게 부르나????)에 몸을 싣고 집으로....
새벽 2시까지 대중교통이 운행된다는 이야기가 자기 집 앞까지 운행된다는 점은 아니라는 사실.
서울에서 제야의 종 행사를 보려고 서울의 외곽이나 서울인근 경기도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차편이 빨리 끊어질 수도 있다는 점 참고하시길.....
택시를 잡고 행선지를 말하니 수원 아니면 안간단다....이런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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